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보면 어린이들이 둘, 셋씩 짝을 지어 놀고 있다. 한 어린이가 이야기하면 방문객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상대방 어린이는 가만히 앉아서 경청한다. 그러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말을 이어간다. 앞의 어린이가 비행기에 대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두 번째 어린이는 대뜸 병원의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을 말로 연출한다. 비록 두 어린이가 이야기하는 주제의 연속성은 없어도 "말 주고받기"(turn-taking)는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두 어린이는 말소리, 음절, 낱말 등을 반복하고 연장하고 때로는 말이 막히기도 한다. '끙끙, 어어, 응응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낱말을 찾느라고 애를 쓴다. 자세히 살펴보면 찾아간 어린이집, 유치원의 어린이들이 거의 모두가 이런 식으로 말을 더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말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사용해야 하는 말소리, 음절, 낱말을 어떻게 산출할 것인가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나이는 아주 어린 2세부터 시작하여 학령전기의 6세까지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말더듬증이 발생하는 시기는 두 낱말을 조합한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기(1.6세)부터 사춘기(11~12세)까지 이다. 사춘기가 지난 뒤에 말더듬이 처음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말더듬이 시작되는 시기 가운데서도 특히 2세에서 5세까지가 그 발생 빈도가 제일 높다. 이 시기가 언어 발달에서 낱말이 급격히 증가하고 두 낱말을 이어서 문법적인 기능이 문장에 나타나고 언어 발달이 "폭발적으로" 진전되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처음 말더듬이 생길 때는 많은 경우 말소리 등의 반복과 연장이 많이 나타나고 말을 더듬는 어린이 자신은 심리적인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한 형태의 말더듬증, 즉 막힘. 등을 처음부터 보이는 어린이는 극히 드물다. Beitcchman et al.(1986)의 연구에 의하면 5세의 유치원 어린이들이 2.4%가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한편 Bloodstein(1986)은 미국, 유럽,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및 서인도 제도의 학령기 어린이들의 말더듬증 출현율에 대한 37개의 연구 논문을 종합한 결과 학령기 어린이들의 1%가 말을 더듬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유치원에서 말을 더듬었던 어린이들 가운데서 1.4%는 말더듬이 없어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들의 대부분이 말더듬증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자연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 된 것이다. 즉, 말을 더듬던 5세 어린이들 가운데서 58%가 11~12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말을 더듬는가를 말하는 기분으로서 출현율(prevalence) 발생률(incidence)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출현율이란 특정 시기에 특정 연령대, 특정 대상 또는 전체 인구 가운데서 말을 더듬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생률이 인구의 15%에 이른다고 말하는 연구도 있었으나 말을 더듬었던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한정하면 발생률은 약 5%가 된다. 앞 문단에서 학령기 어린이들의 말더듬증 출현율 1%를 전체 인구의 발생률 약 5%와 비교한다면 말을 더듬었던 경험이 있었던 사람 가운데서 약 80%가 자연 회복 또는 치료를 통해 말더듬에서 회복이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말더듬증의 출현율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수치는 남녀 비율이다. 말을 더듬는 사람의 남녀 비율이 3:1 또는 4:1이라고 한다. 남자 3~4명에 여자 1명의 비율이다. 연령에 따른 남녀 비율을 보면 어린 나이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거의 없으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녀 비율의 격차가 점차 벌어진다. Yairi(1983)가 연구한 2~3세의 말을 더듬는 어린이 22명을 보면 남녀가 각각 11명이다. 1.8세~5.9세의 어린이 87명을 연구한 Yairi&Ambrose(1992)에 따르면 남녀 비율이 2.1:1로 나타났다. 또한 Bloodstein(1995)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가운데서 말을 더듬는 어린이들의 남녀 비율이 3:1이었으며 5학년에서는 5:1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출현율의 수치는 위에 언급한 연령 증가에 따른 남녀 비율 격차의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말을 더듬는 사람들과 더듬지 않는 사람들을 비교하여 어느 쪽이 가계에서 친척들이 더 많이 더듬는지를 연구한 것이 가족력에 대한 연구이다. 이러한 연구의 일반적인 결론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가계에 속한 친척들 가운에 말을 더듬는 사람의 수가 말을 더듬지 않는 사람들의 친척들 가운데서 말을 더듬는 사람보다 많았으며 말더듬증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높았으며 말을 더듬는 여자의 경우가 남자보다 그 가계에 말을 더듬는 친척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한 연구는 이전의 연구와는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말더듬증 초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있는 69개의 가정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2/3의 가정에서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남자 친척이 여자 친척보다 더 많이 말을 더듬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은 이들 어린이를 남녀로 분류해 보았을 때 이전 연구와는 달리 말을 더듬는 친척 가운데서 남녀 비율에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다.